[메디칼럼] 얼마나 잘 움직이십니까 /신명준
국제신문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입력 : 2019-03-25 20:03:32 | 본지 29면
얼마 전 77세 어르신이 왠지 다리에 힘이 없는 것 같다며 진료실을 찾았지만 들어올 때 크게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당뇨가 있어 약을 먹고 있긴 하나 혈당 조절은 아주 잘된다고 했다. 진료기록을 보니 꾸준하게 병원을 방문해 약도 잘 먹고 있었고, 여러 가지 검사상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없어 보였다.
한참 동안 본인의 활동과 운동 등에 대해 얘기하면서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다가 그래도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왔다’라고 해 너무 반가웠다. 자신의 신체활동 정도를 판단해보고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진단과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니 진단을 위한 각종 혈액 및 영상 검사 등과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 시술, 수술 치료 등이 발달해 있다. 많은 질병이 적절한 식이조절, 운동 등의 생활습관 변화로 호전될 수 있고, 예방도 어느 정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실에서 이런 것이 잘 적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나이 들어 생기는 신체 기능의 감소는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전신의 근육량은 40대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70대에 이르기까지 10년마다 약 8%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후로는 10년마다 15%까지 감소할 수 있다. 특히 하지 근육량의 경우 70대 이후로 10년마다 25~40%로 매우 빠른 감소 속도를 보인다는 연구도 있다. 근육량의 감소는 낙상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이는 사망 위험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해 단순히 노화의 과정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 나이에 따른 근육 감소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이라 하더라도, 동일 연령대에서 본인의 신체 기능이 20% 아래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동반되는 근육양의 감소와 근력 약화를 ‘근감소증’이라고 정의하며, 2016년 10월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코드까지 부여했다.
지난 1월 유럽의 근감소증 가이드라인 개정판이 발표됐다. ‘앉아서 일어나기 5회’ 시 ‘15초’를 넘어가는지, ‘일어나 3m 왕복보행’이 ‘20초’를 넘어가는지 등을 기록하여 신체기능을 평가하라고 권고한다. 의자와 시계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검사여서 모든 어르신이 평가를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기능이 좋은 분들은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운동을 할 수 있고, 기능이 떨어지는 분들은 스스로 노력해보거나 병원을 방문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에는 ‘일어나 3m 왕복보행’ 이 ‘10초’를 넘어가면 치매위험을 1.34배 높인다는 보고가 있었고, 이런 검사가 6년 내 치매위험도 조기 예측에 유용하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렇듯 신체기능검사는 단지 근육상태를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인지기능 등의 다른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지표가 될 수 있어 중요하다.
어르신이 자기 신체 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근육량이 동일 연령대의 하위 20% 안에 드는지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기관이 마땅치 않다. 당연히 신체 기능 평가를 의료기관에서 한다면 가장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병원의 경우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의료수가가 없고, 다른 기관의 경우 이런 검사를 하려니 해석과 원인 평가, 그리고 해결책 제시 등이 어렵다. 이를 해결하려면 다학제 간 협업이 이뤄져야 하나 단시간 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부산에는 2015년 제정된 ‘부산시 고령친화도시 구현을 위한 노인복지 기본 조례’가 있다. 제9조 1항에 보면 노인 건강진단 사업을 시장이 추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에 신체기능 평가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역 보건소를 중심으로 노인정, 복지관 등에서 고령자들의 노쇠 정도, 근감소증 유무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신체기능평가(건강진단 사업)를 시행해보는 것이 어떨까.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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