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5일 토요일

부산은 사망률이 높고, 의료자원 분포의 차이가 커서 시민들이 필수보건의료서비스(응급의료, 분만 등) 이용에 어려움이 큰 지역이다.

[기고] 오래된 꿈, 공공병원 /김창훈
국제신문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입력 : 2019-02-28 19:27:12 | 본지 29
 
1955년 개원한 침례병원이 2017715일 파산한 후 정상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졌다.
 
6·13 지방선거 때에는 주요 후보들이 공공병원화를 약속하고 오거돈 시장 역시 이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심지어 공공의료벨트를 제시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공공의료기관 설립 시에 반드시 거쳐야 할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이미 설립된 의료원이 분원을 설립할 경우 통과해야 할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투·융자사업 심사제도(이하 투·융자 심사) 등 난관이 적지 않다.
 
다수의 민간병원이 있는데 왜 공공병원을 건립하려는가?’를 이유로 중복투자를 우려하고, ‘적자를 양산하는 공공의료기관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와 같은 효율성 문제 등을 제기하기 일쑤다. 이로써 오히려 중앙정부는 지역주민의 건강과 공공복리를 위해 필수적인 공공병원 설립을 사실상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의료기관을 통해 제공되지 않는 필수보건의료 서비스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의료 안전망을 확대하는 일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부산은 사망률이 높고, 의료자원 분포의 차이가 커서 시민들이 필수보건의료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이 큰 지역이다.
 
최근에는 의료기관들의 전문화, 상업화 경향 등으로 필수적인 의료(응급의료, 분만 등)의 공백이 확대되고 있다. 침례병원 공공의료기관 전환과 공공의료벨트 확충은 좁게 보면 민간의료기관의 역할 부족을 메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 시장실패의 영역에 대해 공공영역의 개입은 정당화될 수도 있다. 넓게 보면 고령자 돌봄과 의료의 문제 등 현재 보건의료체계에서 잘 대응하지 못하는 새로운 건강-복지 논의에서 핵심 기관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희망이 담겨 있다. 공공병원이 이런 분야에서 우선 역할을 하고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개발돼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살펴보면 과거 어떤 시기보다 실현 가능성이 큰 것처럼 보였지만, 현 상황은 희망보다는 비관적 시선이 지배적이다. 시민들의 바람은 어느 때보다 크지만, 그 과정은 원만히 진행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도 목적과 취지가 맞지 않는 규제와 절차에 발이 묶인 채 실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규제를 우회하거나 완화하여 목적을 달성하도록 지원하는 적극적 수단이 가장 필요한 곳은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를 포함한 공공의료 확충 영역이다. 필자는 일회성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거나 규제를 완화하기보다는 목적과 취지가 공공병원 설립의 취지에 맞지 않는 규제와 절차를 압축적으로 검토하여 이 문제점을 해결할 공공보건의료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더 타당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오롯이 주민의 건강을 위해 활동할 공공의료기관 설립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융자 심사 조정 및 적절한 기준 반영,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한 규제샌드박스에 준하는 수단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좀 더 정확하게 요약하면 부산광역시와 중앙정부는 침례병원공공병원화를 성공 사례로 만들고, 이를 전국에 확대 시행할 수 있는 공공보건의료 확충과 운영지원을 위한 특별법 등의 수단을 만들 의지는 없는가?
 
오랜 꿈은 오랫동안의 실패를 의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 그동안 그 어느 때 공공병원을 설립하자는 논의가 이처럼 치열하고 높은 관심과 열망, 광범위한 공감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제한적인 시간 속에 특별한 조치를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만약 침례병원 공공병원화가 실패할 경우 서부산의료원 건립, 부산광역시의료원의 공공성 강화, 경상남도 혁신형 공공병원과 울산광역시의료원 설립 등 부울경 전체의 공공의료 확대도 어려움을 맞을 것이 분명하며 취약지에 병원을 건립하려는 다른 지역의 시도 역시 성과를 만들지 못한 채 상황은 계속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출발점이 여기 부산, 그리고 2019년이기를 희망한다.
 
부산대 예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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