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출산 극복, 해결의 시작도 안 보인다 /박남철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입력 : 2019-04-04 18:56:07 수정 : 2019-04-04 18:56:57 게재 : 2019-04-04 18:57:27 (29면)
인구 절벽, 인구 쇼크. 급기야 한국의 합계 출산율 0.98에 대해 국내 유명 인구학자는 “전쟁 중인 나라의 수준”, 세계통화기금(IMF) 리카르도 총재는 “집단 자살하는 사회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강력 경고에도 심각한 초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내에 효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기관이나 책임자는 없다. 최근에 와서는 1960대부터 약 30년 이상 시행된 가족계획사업으로 인해 출산 인구가 줄어든 데 원인이 있다거나 150조 원의 저출산 극복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과거의 정책을 탓하거나 현 상태를 자조하는 이야기뿐이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저출산율과 이와 관련된 문제들은 미래의 국가 경영과 사회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방기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현 시점에서 초저출산의 핵심 원인은 결혼, 출산, 양육 및 교육과 관련된 윤리적·문화적·경제적 환경들이 가임기 청년들에게 가혹한 희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히 해야 될 것은 이 4가지 일에 들어가는 경제적 부담을 확실히 줄여줄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결혼에 있어서는 검소한 혼례를 위한 표준 혼례 지침 마련, 출산과 관련해선 산전 진찰과 출산 경비의 전액 국가 부담, 임산부와 다자녀 가정의 구성원에 대한 다양한 우대 정책 개발, 자녀 수에 따른 평형별 공공주택 청약 1순위 기회 제공, 워라밸이 가능한 국공립 어린이집 인프라의 시급한 구축, 과도한 사교육이나 대학 교육 없이도 사회 진출이 가능한 교육 시스템 개선 등이다.
현재와 같은 수당 지급을 중심으로 한 출산장려정책만으로는 현 상황을 절대 극복해 낼 수가 없다. 최근 인구 문제를 해결한 유럽의 몇몇의 주요국은 지난 30년간 자신들의 나라에 부합하는 다양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 추진한 결과 1.8에 근접하는 합계 출산률의 회복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의 정책 핵심 또한 위에 나열한 4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 개발에 있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의학적으로는 최초 출산 시점이 점차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에서 가임력 보존을 위한 국가생식세포은행의 설립·운영, 출산과 양육의 조건을 갖춘 난임 부부에 대해 우선적으로 가임능 획득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출산장려정책이다. 14억 인구 대국, 중국이 2016년 한 가구 한 아이 정책을 포기한 이후 27개의 국가정자은행을 설립해 난임 부부의 가임능 획득을 지원하고 있음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 편으로 전율이 옴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지난 시절 한국에서 시행된 가족계획사업이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성공한 경우로 평가되었을 때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시 산아제한의 성공은 분명히 국가의 목표와 개인의 이익 및 참여가 합치됨으로써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반면 지금은 출산 캠페인을 위한 포스터 한 장도 보기 힘들다. 안타깝게도 아기를 안고 다녀야 할 젊은 청년들이나 젊은 부부들의 가슴에 애완동물이 안겨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심지어는 모 방송사의 ‘나 혼자 산다’가 주말 인기 프로그램으로 방영되고 있다. 게다가 초저출산의 그늘 하에서 2013년부터는 해외 입양도 다시 증가되고 있다. 낙태는 과거보다 강력하게 금지되었지만 이에 부응하는 국가 양육 인프라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이 국민 소득 3만 달러의 경제대국, 한국의 민낯이요, 뒤죽박죽 인구정책의 결과이다.
결론적으로 산아제한 시절과는 정반대의 논리로 국가와 개인의 이익을 합치시켜 출산율을 시나브로 증대시킬 수 있는 성공적인 논리와 정책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가임기에 진입한 청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산아·육아정책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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